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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시작되는 깊은 배움

by 도봉짱 2025. 8. 11.

현대 사회는 말하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구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말하고, 주장하고, 설득하려는 데 익숙하지만, 정작 ‘듣는’ 데에는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진정한 배움은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사람은 단순한 정보 수용을 넘어서, 그 사람의 삶과 감정, 경험을 함께 이해하려는 태도를 지닌다. 이 글에서는 ‘듣기’라는 행위가 단순한 커뮤니케이션의 기술을 넘어, 인간의 내면과 관계를 성숙하게 만들며, 진정한 배움을 가능하게 하는 철학적 실천임을 탐색한다. 듣는다는 것은 곧 배운다는 것이며, 이는 우리를 더 깊은 이해와 더 풍요로운 삶으로 이끌어주는 조용한 혁명이다.

‘듣는다’는 것의 본질을 다시 묻다

‘듣는다’는 것은 단지 귀로 소리를 인지하는 생리적 행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오히려 타인의 이야기에 마음을 열고, 그 사람이 처한 상황과 감정, 생각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깊은 인식의 행위이다. 그런데 우리는 일상 속에서 얼마나 ‘잘 듣고’ 있는가? 상대방이 말하는 도중에 끼어들거나, 자신의 생각으로 대화를 덮어버리거나, 심지어 상대의 말을 들으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다음에 내가 무슨 말을 할지를 고민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이는 단순한 무례를 넘어서, 진정한 관계 형성과 배움의 기회를 스스로 닫아버리는 일이다. 실제로 ‘경청’은 인간관계의 핵심이자, 모든 소통의 출발점이다. 교육, 조직, 가족, 사회 모든 영역에서 듣기의 질이 곧 관계의 질을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듣는 능력은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넘어서는 삶의 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말 잘하는 사람을 주목하고, 듣는 사람은 조용한 배경으로만 여긴다. 그 결과, 우리는 점점 ‘말 많은 사회’ 속에서 ‘듣지 않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배움은 타인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데서 출발한다. 듣는다는 것은 타인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노력이며, 그 속에서 우리는 자기중심적 사고의 틀을 벗고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된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 ‘듣기’는 학생들이 교사뿐 아니라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배워가는 핵심 과정이기도 하다. 비슷한 맥락에서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경청이야말로 인간 간의 깊은 이해와 치유를 가능케 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듣는다는 것은 곧 관계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다. 상대방의 말을 진심으로 듣는다는 것은 그 존재 자체를 인정하는 행위이며, 이는 곧 신뢰를 형성하고 관계를 지속시키는 힘이 된다. 따라서 듣기의 힘을 다시 조명하고, 그 본질을 이해하는 것은 단지 말의 기술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자세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 글은 단지 경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듣는다는 행위를 통해 어떤 인식의 전환과 배움이 일어나는지를 깊이 탐색하고자 한다. 왜 우리는 들어야 하며, 듣는 태도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통해, 우리는 ‘듣기’의 미학을 다시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듣기에서 피어나는 내면의 성장과 관계의 깊이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상대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처한 맥락과 감정, 삶의 결을 함께 받아들이는 깊은 정서적·인지적 참여를 포함한다. 이는 일종의 공감적 수용이며, 듣기를 통해 우리는 상대의 시선을 경험하고, 그들의 생각을 내면화하며, 나아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경청은 첫째,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게 하는 힘을 지닌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경험과 가치관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러나 상대방의 이야기를 깊이 듣다 보면, 내가 당연하게 여기던 것이 타인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깨달음은 타인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스스로의 세계관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된다. 특히 다양한 문화, 세대, 성별,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경험은 우리를 훨씬 더 유연하고 개방적인 존재로 성장시킨다. 둘째, 감정 조절과 인내심을 기르게 한다.누군가의 말을 끝까지 듣는다는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감정을 조율하고 판단을 유보하며 기다리는 훈련이기도 하다. 우리는 때로 상대의 말에 반박하고 싶거나,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싶을 때가 많지만, 진정한 듣기는 그런 충동을 제어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이다. 이는 자기 제어력을 높이고, 성찰적 사고를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셋째, 관계의 신뢰를 구축한다. 타인이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준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한다. 이는 단지 말을 들어줘서가 아니라, ‘존재를 받아들여졌다는 감각’ 때문이다. 진정성 있는 경청은 상대에게 위로와 지지를 주며, 관계의 깊이를 만들어낸다. 이는 특히 상담, 교육, 리더십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조직이나 공동체 전체의 신뢰 문화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기제가 된다. 넷째,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른다.제대로 듣는 사람은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상대가 말하는 핵심을 짚어내고, 감정 속에 숨어 있는 니즈를 파악하는 능력은 협상이나 조정, 중재의 과정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듣기는 단지 정보 수집이 아니라, 정교한 분석의 시작점이며, 비판적 사고를 위한 첫 단계다. 이처럼 경청은 단순한 ‘듣기 기술’을 넘어선 인간관계의 본질이자, 자기 성찰과 배움의 통로이다. 듣는다는 것은 우리가 끊임없이 타인을 통해 자신을 갱신해 나가는 과정이며, 그 안에서 우리는 더 깊이 생각하고, 더 넓게 바라보며, 더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는 여지를 얻게 된다.

 

듣는다는 것, 그 조용한 혁명의 시작

듣는다는 것은 너무도 일상적인 행위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배움의 형식 중 하나이다. 우리는 말하고, 주장하고, 설명하는 데 익숙해져 있지만, 그만큼 ‘듣는다’는 행위에는 쉽게 지치고, 때로는 그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가 누군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기 시작할 때, 비로소 인간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는 교육에서도, 조직에서도, 삶의 모든 장면에서 해당되는 보편적 진실이다. 듣는다는 것은 관계의 시작이자 완성이다. 말은 오해를 만들 수 있지만, 진심 어린 듣기는 오해를 풀어낸다. 특히 복잡한 사회 갈등과 세대 간 불화, 조직 내 소통 부재 등은 대부분 '듣지 않음'에서 기인한다. 상대의 입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노력, 판단을 보류하고 공감하려는 자세는 어떤 거창한 제도보다 훨씬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듣는다는 것은 곧, 인간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윤리적 실천이기도 하다. 더불어, 듣는 태도는 우리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남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며, 때로는 삶의 방향을 바꾸는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내가 너무 나만 생각했구나 저런 시선도 있구나” 하는 자각은 듣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우리는 그렇게 한 사람의 말을 통해 수많은 책이나 강의로도 배울 수 없던 통찰을 얻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듣는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 말하기보다 듣기를 먼저 연습하고, 반응보다 공감을 우선하며, 해결보다 이해를 먼저 추구하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배움의 삶이다. 이러한 태도는 결국, 우리 사회를 더 평화롭고 성숙하게 만드는 기반이 될 것이다. 끝으로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듣는다는 것은 지적인 행동이면서도 깊은 윤리적 결단이다. 그것은 타인을 존중하는 방식이자, 세상을 이해하는 창이며, 자신을 성장시키는 도구다. 침묵 속에서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사람, 그 사람이야말로 진짜 배우는 사람이다.